다음 날 아침까지 창천문 조사대는 귀래 대문을 지켰다. 마영순은 밤새 문밖에 서 있던 사람에게도 아침 죽값을 받았다.
죽솥을 비운 뒤 그녀는 류단을 계산대 안으로 불렀다.
“밤에 말한다며.”
류단은 열린 첫 과 아직 닫힌 여섯 문을 떠올렸다. 전부 말하면 마영순을 지키는 게 아니라 일곱 의 표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제 한 약속부터 배신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조금 압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객잔과 누님이 망가지는 일은 봤습니다.”
마영순은 웃지 않았다.
“어디서 봤는지는?”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사흘이다. 그동안 내 집에서 이상한 힘을 또 쓰려면 먼저 말해. 사흘 뒤에도 입 다물면 열쇠 전부 내놔.”
류단은 고개를 숙였다.
“그 조건을 받겠습니다.”
귀래객잔에서 검을 뽑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다.
정당한 이유와 탁자값이었다.
남소군은 첫째가 있다고 믿었고, 마영순은 둘째부터 내라고 했다.
“는 창천문 소유다.”
“지금은 내 상자 안에 있어.”
“그게 절도라는 뜻이다.”
“독 맞고 쓰러진 놈 손에서 떨어진 걸 보관한 게 절도면, 네 문파는 길에서 쓰러진 사람부터 주워 가르치나?”
남소군 뒤의 젊은 제자 하나가 웃음을 참다가 사레가 들렸다. 남소군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옥패를 확인하겠다. 확인 뒤 바로 반환하지.”
“글로 써.”
마영순은 붓과 종이를 탁자에 놓았다. 이미 먹까지 갈려 있었다.
류단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실패한 미래에서 창천문은 신패와 시신을 가져갔다. 귀래객잔에는 무릎이 망가진 주인과 깨진 술독만 남았다. 이번에는 같은 사람들이 왔지만, 마당 한가운데 놓인 탁자 하나가 결과를 바꾸고 있었다.
남소군은 끝내 영수증을 썼다. 신패의 모양과 흠집, 인계 시각, 돌려주지 못할 경우의 책임까지 적었다. 마영순이 문장을 두 번 고치게 한 뒤에야 잠긴 상자를 열었다.
청옥 신패가 드러나자 남소군의 얼굴이 굳었다.
“백 의 것이다.”
류단의 머릿속에서 미래의 백무결이 말했다.
—나는 사제가 아니라 이었다.
“지금은 어린 모양이네요.”
—스물둘이면 어리지 않다.
“저보다 두 살 많습니다.”
—그러니까 어리지 않다고.
마당 밖에서 또 한 무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청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말에서 내렸다. 허리에 맨 검은 장식이 없었고, 옷은 검소했다. 하지만 남소군을 포함한 조사대 전원이 자세를 바로 했다.
스물두 살의 백무결이었다.
류단은 십오 년 뒤, 피와 재를 뒤집어쓴 을 기억했다. 그 얼굴이 아직 흉터 하나 없이 매끈했다. 눈빛은 똑같이 곧았고, 똑같이 남의 선택까지 책임지려 들었다.
마음속 백무결이 침묵했다.
젊은 백무결은 신패를 확인하고 오각을 보았다.
“살아 있군.”
“유감입니까?” 류단이 물었다.
“다행이다. 동시에 증언의 신뢰는 검증해야 한다.”
당소령이 안쪽 객방에서 빈정거렸다.
—어릴 때부터 저렇게 말했나? 다행이라고 먼저 말하면 혀에 가시가 돋는 병이라도 있었어?
—의학적 판단은 네 몫이다.
—환자 앞에서 유감부터 확인하는 건 네 몫이고.
류단은 두 목소리를 무시하려 애썼다. 남소군이 그를 가리켰다.
“이자가 흑아방 여섯을 제압하면서 창천문 기초검의 수법을 썼다고 합니다.”
젊은 백무결의 시선이 류단의 오른손에 머물렀다. 떨림은 전날보다 줄었지만 완전히 멎지 않았다.
“검을 배운 적 있나?”
“없습니다.”
“그런데 의 을 알았다?”
“상대가 잘못 썼습니다. 손님이 국수를 젓가락이 아니라 칼집으로 먹으면 누구나 이상한 줄 압니다.”
“누구나 어느 점이 틀렸는지는 모른다.”
젊은 백무결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이 먼저 움직였다. 미래의 그와 같은 버릇이었다. 이해하지 못한 구조를 보면 위험보다 먼저 해부하고 싶어 했다.
“만 겨루자.”
남소군이 낮게 불렀다.
“백 사제.”
“진짜 창천문 인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은 쓰지 않겠습니다.”
류단이 원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었다. 사흘의 시간, 창고 조사에 필요한 인력, 그리고 독 증거가 귀래객잔에 합법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인정이었다.
“제가 이기면 세 가지를 약속하십시오.”
“먼저 말해 봐라.”
“첫째, 신패는 영수증대로 돌려드리되 오각의 증언은 귀래객잔에서 받습니다. 둘째, 표본은 의원이 올 때까지 마 누님이 보관합니다. 셋째, 사흘 동안 동쪽 창고를 공동 조사합니다.”
“공동이라면 누구와?”
“당가입니다.”
조사대에서 불편한 기색이 번졌다.
젊은 백무결은 즉답하지 않았다.
“네가 지면?”
“신패 절도와 무공 혐의로 따라가겠습니다. 다만 마 누님의 장부는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 장부는 본래 우리 관할이 아니다.”
“그 말씀도 써 주시면 좋고요.”
마영순이 종이를 한 장 더 밀었다.
젊은 백무결의 입꼬리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좋다.”
객잔 마당이 비워졌다. 류단은 검 대신 차를 나르던 둥근 쟁반을 들었다. 젊은 백무결은 목검을 빌렸다.
미래의 백무결이 류단의 시야 위에 를 겹쳤다.
—첫 수는 청운개로. 왼쪽 어깨를 비우고 오른발이 먼저 온다. 쟁반 아래를 받쳐 손목을 꺾어라.
“본인이 무슨 수를 쓸지 압니까?”
—나는 나다.
당소령이 웃었다.
—저 자신감 때문에 우리가 망했지.
첫 합.
젊은 백무결의 오른발이 움직였다. 목검이 낮게 깔렸다가 위로 솟았다. 미래의 설명과 정확히 같았다.
류단은 쟁반을 눕혀 목검 옆면을 누르고 반 걸음 파고들었다. 쟁반 모서리가 젊은 백무결의 가슴 한 치 앞에서 멎었다.
구경꾼들이 숨을 들이켰다.
젊은 백무결은 물러서며 웃지 않았다. 눈은 더 밝아졌다.
“내 검을 아는군.”
“지금 것은 알았습니다.”
두 번째 합에서 그는 청운개로를 쓰지 않았다.
발을 끌며 검을 뒤집었다. 창천문 기초검이되 미래의 백무결이 떠올린 순서에는 없는 연결이었다.
—비산절벽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세 걸음.
류단이 첫걸음을 떼는 순간 젊은 백무결이 검을 짧게 접었다. 비산절벽의 장쾌한 횡베기가 아니라 손잡이 끝으로 쟁반 중심을 찍었다.
쨍!
충격이 팔을 타고 올랐다. 류단은 두 걸음 밀렸다. 젊은 백무결이 쟁반 가장자리의 찌그러진 자국을 보았다.
“한 번 보여 주니 대응을 외웠군. 그렇다면 외우지 못한 검을 쓰면 된다.”
마음속 미래의 백무결이 입을 다물었다.
당소령이 아주 즐거워했다.
—어린 네가 더 낫네.
—상대가 내 기초를 도용한다는 전제에서 최적화한 임기응변일 뿐이다.
—그래. 그걸 더 낫다고 해.
류단은 손가락을 폈다 쥐었다. 전날 다친 오른손이 욱신거렸다. 밤을 쉬었으니 백무결의 핵을 다시 열 수는 있었다. 그러나 세 합짜리 시험에서 빌린 힘으로 젊은 백무결을 찍어 누르면 무엇을 증명하는가. 그가 원하는 것은 복종이 아니라 제한된 협력이었다.
세 번째 합을 앞두고 마영순이 차 주전자를 들고 마당 가장자리를 지나갔다. 구경꾼 탓에 식당 안쪽 손님에게 돌아가는 길이 막혀 있었다.
“싸울 거면 밥값이라도 내든가.”
그녀가 빈 탁자에 찻잔 셋을 놓았다. 탁자 다리 하나가 고르지 않아 쟁반이 살짝 기울었다. 류단의 눈이 그 움직임을 좇았다.
기울어진 무게를 억지로 세우면 손목에 힘이 몰린다. 한 걸음 옮겨 다음 발에 넘기면 그릇은 수평을 찾는다.
젊은 백무결이 달려들었다.
미래의 목소리가 외쳤다.
—다. 검끝을 보지 말고 어깨를 쳐!
류단은 듣지 않았다.
그는 목검을 막지 않았다. 쟁반을 비스듬히 대고 충격을 받았다. 쟁반이 기울어지는 방향을 따라 왼발을 뺐다. 몸이 밀려나는 대신 원을 그리며 젊은 백무결의 옆으로 흘렀다. 받은 힘이 허리와 오른발을 지나 쟁반 반대편으로 옮겨 갔다.
류단은 그 무게를 그대로 넘겼다.
쟁반 가장자리가 젊은 백무결의 손목을 가볍게 두드렸다. 목검이 떨어졌다. 동시에 류단의 발끝이 바닥을 긁어 목검이 흙에 닿기 전에 받았다.
그는 목검 손잡이가 위로 가게 돌려주었다.
“세 합입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미래의 백무결도 조용했다.
젊은 백무결은 목검을 받아 들었다. 패배를 부정할 수도 있었다. 내공을 쓰지 않았고, 실전이 아니었으며, 류단이 첫 수를 미리 알았다. 모두 사실이었다.
“내가 더 강하다.” 그가 말했다.
“예.”
“그런데 세 합 안에는 네가 이겼다.”
“그것도 맞습니다.”
“마지막 은 창천문의 것이 아니군.”
“방금 찻잔을 보고 배웠습니다.”
젊은 백무결이 기울어진 탁자를 보았다. 그 표정이 처음으로 나이답게 어이없어졌다.
“찻잔에게 졌단 말인가?”
마영순이 끼어들었다.
“찻값은 별도다.”
조사대에서 이번에는 대놓고 웃음이 났다.
젊은 백무결은 목검을 남소군에게 돌려주었다.
“약속을 지키겠다. 다만 사흘이다. 그 뒤에는 증거를 으로 이송한다.”
“당가와 의료 처분을 합의하지 못했다면 이송하지 않습니다.” 류단이 말했다.
“방금 네가 조건을 더할 위치인가?”
“독이 무림인을 가려서 죽입니까?”
젊은 백무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럼 당가가 독을 핑계로 증거를 독점하면?”
“그래서 둘 다 혼자 못 가져가게 하자는 겁니다.”
류단은 마영순이 보관한 봉인물을 가리켰다.
“환자의 몸과 독은 의술의 관할입니다. 누가 찔렀고 어디서 운반했는지는 치안의 관할입니다. 하나를 이유로 다른 하나를 삼키지 마십시오.”
미래의 백무결이 낮게 말했다.
—나는 그때 둘 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 다 놓쳤지요.”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젊은 백무결은 미래의 죄를 알지 못했고, 그것으로 심판받을 이유도 없었다.
남소군이 앞으로 나왔다.
“공동 조사를 한다면 현장 지휘가 필요합니다. 서로 명령이 충돌하면 더 위험해집니다.”
젊은 백무결이 그를 보았다. 실패한 미래의 첫 창고 습격에서 그는 남소군의 보고를 듣고도 직접 모든 경로를 정했다. 남소군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권한이 없어서 사람들을 우회시키지 못했다.
미래의 백무결이 말했다.
—내가 지휘해야 한다. 창고에 창천문 계통의 함정이 있다면 남에게 맡길 수 없어.
류단은 젊은 백무결에게 물었다.
“이 일대 길과 흑아방 출입처를 누가 가장 잘 압니까?”
“남 사형이다.”
“검은 누가 더 강합니까?”
“내가 강하다.”
“그러면 검이 필요한 곳은 백 이 맡고, 길이 필요한 곳은 남 이 맡으면 됩니다.”
젊은 백무결은 남소군을 향해 돌아섰다.
“남 사형. 사흘 동안 외곽 경로와 인원 배치는 사형이 맡아 주십시오. 나는 현장 내부 위협을 맡겠습니다.”
남소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곧 했다.
“명을 받들겠다.”
“명령이 아니라 입니다.” 류단이 말했다.
젊은 백무결이 노려보았다.
“문구까지 네가 정하나?”
“나중에 책임을 도로 빼앗지 못하게 해야지요.”
“너는 정말 답지 않군.”
마영순이 영수증과 합의서를 한데 모으며 말했다.
“점소이 맞아. 남의 짐을 어디에 놓아야 안 넘어지는지 아는 게 일이니까.”
그 한마디에 류단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미래의 장군과 은 그를 중재자라 불렀지만, 마영순에게 그는 여전히 짐을 나르는 아이였다. 어쩌면 둘은 같은 일이었다.
신패는 합의서에 적힌 대로 젊은 백무결에게 반환됐다. 그는 옥패 뒤의 흠집을 쓸어 본 뒤 허리춤에 찼다. 귀래객잔은 절도 혐의 대신 임시 증거 보관처가 되었다. 남소군은 동쪽 창고로 이어지는 세 길을 그려 오기로 했다.
오각은 헛간 문에 기대 그 광경을 보았다.
“내 말 한마디에 창천문이 움직이는 날도 오는군.”
“아직 믿은 건 아닙니다.” 류단이 말했다.
“기분 좀 내게 두면 안 되냐?”
“치료비 열 갚으면요.”
오각은 다시 누웠다.
해가 질 무렵, 말 한 대가 객잔 앞에서 거칠게 멎었다.
회색 의원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약상자를 든 채 들어왔다. 스물한 살의 당소령이었다. 미래의 독왕보다 얼굴이 둥글고 눈매가 부드러웠다. 그러나 봉인 상자와 창천문 제자들을 보는 순간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사천당가 동부 의원의 당소령입니다.”
그녀는 마영순에게 패를 보인 뒤 젊은 백무결을 향해 돌아섰다.
“녹맥독 표본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창천문 사람은 봉인에서 세 걸음 물러나세요.”
젊은 백무결이 답했다.
“그 표본은 우리 신패를 지닌 자에게서 나왔다.”
“그래서 검으로 독을 진맥하시려고요?”
류단의 머릿속에서 미래의 당소령이 중얼거렸다.
—내가 저렇게 순했나?
미래의 백무결이 처음으로 웃었다.
—놀라울 만큼 똑같군.
두 번째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마영순이 주판을 탁 쳤다.
“먼저 진찰비부터 정해.”
귀래객잔에서는 독왕도 검성도 그 순서를 거스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