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놓지 마.”
마영순은 단호했다.
“살려야 합니다.”
“살리려면 더더욱 식당에는 들여놓지 마. 독 묻은 사람 옆에서 손님들 아침밥 먹일 생각이냐?”
류단은 오각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은 채 멈췄다. 마영순의 말이 옳았다. 사람을 구하겠다고 전체를 오염시키면 선의가 아니라 난동이었다.
“부엌 뒤 을 쓰겠습니다. 식재료는 전부 앞 창고로 옮기고, 쓰는 물과 천은 제가 따로 표시하겠습니다.”
“바닥까지 네가 삶아.”
“예.”
“치료비도 네 삯에서 뺀다.”
오각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건… 내가….”
마영순이 내려다보았다.
“돈 있냐?”
오각은 다시 눈을 감았다.
“환자가 안정을 찾았습니다.” 류단이 말했다.
“헛소리할 힘은 있네. 옮겨.”
장독방에는 해가 들지 않았다. 류단은 문과 창을 열고, 항아리들을 밖으로 내고, 바닥에 재를 뿌려 오각의 몸에서 떨어지는 액체가 번지지 않게 했다. 오른손은 여전히 떨렸다. 조금 전 백무결의 핵을 일곱 심박까지 끌어쓴 대가였다.
오각의 검은 상의를 찢자 가슴에서 목까지 푸른 핏줄이 나뭇가지처럼 번져 있었다. 겨드랑이에는 작은 자상 하나. 칼에 베인 게 아니라 무언가를 주입한 자국이었다.
—옥패부터 확보해라.
백무결이 말했다.
류단의 마음속 밤 객잔에서 그는 계산대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죽은 사람답지 않게 성질이 급했다.
—그자는 원래 죽는다. 시신을 보존하면 창천문에서 독의 출처를 추적할 수 있다.
“추적했습니까?”
—뭐라고?
“그때 창천문이 시신을 가져갔지요. 독의 이름을 알아냈습니까?”
침묵이 답이었다.
류단은 기억했다. 이날 죽은 오각의 시신 때문에 창천문과 당가가 사흘을 다퉜다. 창천문은 증거라며 내주지 않았고, 당가는 온전한 표본이 아니라며 치료법을 주지 않았다. 그 사이 시장 사람들이 쓰러졌다.
“모르셨군요.”
—당가는 정보를 숨겼다.
“창천문은 시신을 숨겼고요.”
—그건 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별 차이가 없었겠습니다.”
백무결의 표정이 굳었다.
류단은 옥패를 오각의 손에서 빼냈다. 창천문 에게 지급되는 청옥 였다. 미래의 백무결이 자기 것이라 했지만, 지금 이 시기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확인해야 했다.
마영순이 작은 나무함을 들고 들어왔다.
“그건 내가 맡는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네 주머니보다 내 자물쇠가 낫지.”
그녀는 옥패를 천으로 집어 함에 넣었다. 열쇠를 돌린 뒤 허리춤에 찼다.
“이제 뭘 할 거냐?”
류단은 대답하지 못했다. 미래에 오각은 죽었다. 그가 살아난 적은 없었다. 백무결도 독을 몰랐다. 정확히 아는 것이라곤 이대로 두면 몇 안에 숨이 끊어진다는 사실뿐이었다.
오각의 몸이 갑자기 활처럼 휘었다. 이가 부딪치고 손가락이 오그라들었다.
“찬물, 깨끗한 천, 소금, 대나무 관이 필요합니다.”
“의원도 아니면서?”
“그래서 죽이지 않을 만큼만 하겠습니다.”
마영순은 류단을 오래 보았다. 오늘 아침부터 낯선 말을 하고 낯선 몸놀림을 보이는 스무 살짜리. 하지만 결국 그녀가 본 것은 늘 환자보다 먼저 물과 걸레를 챙기던 였을 것이다.
“우물 두레박에는 손대지 마. 내가 퍼 줄 테니 받은 물만 써.”
“예.”
류단은 오각의 몸을 옆으로 돌려 거품이 기도를 막지 않게 했다. 젖은 천으로 목과 겨드랑이를 식히고, 대나무 관으로 아주 조금씩 소금 탄 물을 흘려 넣었다. 토하면 다시 옆으로 돌렸다. 으로 독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백무결의 핵은 밤을 온전히 쉬기 전까지 다시 열 수 없었고, 억지로 쓴다면 이 상할 터였다.
—증거를 망치고 있다.
“살아 있는 증언이 더 낫습니다.”
—입을 열 거라는 보장이 없다.
“죽으면 절대 안 엽니다.”
오각이 눈을 번쩍 떴다. 동공이 풀린 채 류단의 목을 움켜쥐었다.
“네가… 장 부두목을 불렀지.”
“저는 어제까지 동쪽 창고가 어디인지도 몰랐습니다.”
정확히는 실패한 미래에서 나중에 폐허를 조사하며 구조를 복원했다. 지금의 창고가 그때와 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거짓말… 종 두 번이면… 옮기고, 세 번이면 태워….”
“아까는 종이 세 번, 종이 한 번이라고 했습니다.”
“종이가… 세 번 접힌 장부… 종은 한 번… 서쪽 문….”
오각의 말이 흐려졌다. 류단은 억지로 의미를 맞추려 하지 않았다. 열에 뜬 말은 사실과 공포가 섞인다.
그때 그의 겨드랑이 상처에서 검푸른 액체 한 방울이 흘렀다. 재 위에 떨어지자 가장자리가 연두색으로 변했다.
류단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 자물쇠가 울렸다.
쿵.
아직 열리지 않은 여섯 중 하나였다.
백무결도 돌아보았다.
—누구냐?
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각의 맥이 다시 가늘어졌다.
류단은 깨끗한 천을 상처 위에 눌렀다. 선택해야 했다. 액체를 온전히 보존하려면 천을 떼고 흘려 받아야 했다. 그러면 오각의 몸 안으로 독이 더 퍼질 수 있었다.
그는 천을 눌렀다.
“증거보다 사람입니다.”
—점소이!
“이번에는 당신 말 안 듣겠습니다.”
오각이 흑아방 사람이라서가 아니었다. 적이라도 살리고 보자는 아름다운 마음만도 아니었다. 실패한 미래의 오각에게는 오늘 이후가 없었다. 한 인간을 한날의 죄로 끝내 버리기에는 남은 십오 년이 너무 길었다.
두 번째 문이 열렸다.
약재 냄새가 밤 객잔을 가득 채웠다. 문 안에는 선반이 수십 겹으로 이어졌고, 깨진 약병과 피 묻은 붕대가 바닥을 덮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마른 여인이 앉아 있었다. 서른여섯의 당소령. 검은 머리칼 사이에 비녀 대신 을 꽂고, 검은 의원복 소매를 걷은 채였다.
그녀는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그 천을 당장 떼. 상처를 막으면 가 심장 쪽으로 역류해.
백무결이 반박했다.
—독액을 흘리면 표본이 오염된다.
당소령이 눈을 떴다.
—네가 독을 알면 내가 검을 먹겠다.
—나는 시신의 증거를—
—그래서 다 죽였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류단의 머릿속에서 부딪쳤다. 그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한 분씩 말씀하십시오. 여기는 객잔입니다.”
당소령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의 귀래객잔과 열린 첫 객방, 죽은 뒤에도 명령할 준비가 된 백무결을 차례로 보고 상황을 알아차렸다.
—설무연을 만나면 혀부터 뽑아야겠군.
—줄을 서라.
“환자가 죽습니다.”
두 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당소령이 오각의 몸을 류단의 눈으로 살폈다. 그녀의 기억이 밀려왔다. 초록빛 맥을 따라 내장이 굳어 가는 수십 구의 시신, 약솥, 실패한 처방, 스스로 팔에 독을 찌르던 젊은 손.
류단은 그 기억에 삼켜지지 않으려고 오각의 숨소리에 집중했다.
—이다. 하지만 상처를 막으면 안 돼. 심장보다 사지 쪽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팔 안쪽 세 혈을 차례로 눌러.
“내공 없이도 됩니까?”
—힘으로 누르지 마. 맥이 뛰는 방향을 느껴. 너, 접시 여러 장 들 때 어느 쪽이 기우는지 알지?
“압니다.”
—그것과 같아. 흐르는 쪽을 막는 게 아니라 돌아갈 길을 좁혀.
전설의 설명이 설거지물 길들이기와 닮아 있었다. 류단은 이해했다.
그는 오각의 팔을 펴고 손목, 팔꿈치 안쪽, 겨드랑이 아래를 차례로 눌렀다. 완벽한 의술을 실행할 힘은 없었지만, 어디를 얼마나 건드리면 안 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당소령이 박자를 불렀고 백무결이 호흡을 셌다.
—지금 천을 떼.
류단이 천을 떼자 검푸른 피가 가느다랗게 흘렀다. 마영순이 문밖에서 내민 사기 접시가 정확히 그 아래 들어왔다.
“내 그릇 또 깨면 값 받는다.”
“안 깨겠습니다.”
“어제도 그렇게 말했지.”
독혈 세 방울이 접시에 고였다. 당소령은 색을 보자 욕설을 삼켰다.
—녹맥독에 석회유를 섞었어. 흡수를 늦추는 다. 원래 이 시기에는 없던 방식인데.
“미래에는 언제 나왔습니까?”
—이 년 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백무결이 말했다.
—누군가 제조법을 앞당겼다는 뜻인가.
“아니면 당 선배가 그때 이 표본을 못 봤다는 뜻입니다.”
당소령은 류단을 흘겼다.
—막 깨어난 사람의 기억부터 의심하네.
“사람 모양의 기억이라면서요. 기억이면 틀릴 수 있고, 사람이면 더더욱 틀릴 수 있지요.”
당소령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마음에 들어.
백무결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응급 처치는 해가 중천에 이를 때까지 이어졌다. 류단은 오각의 체온을 식혔고, 당소령의 지시에 따라 숨길을 확보했으며, 마영순은 오염된 천을 삶고 깨끗한 물을 공급했다.
정오 무렵 푸른 핏줄의 번짐이 멎었다.
오각이 눈을 떴다. 이번에는 초점이 있었다.
“왜… 살렸냐?”
“객잔 문 앞에서 죽으면 재수가 없습니다.”
“그게 이유냐?”
“치료비 받을 사람도 필요하고요.”
마영순이 문밖에서 말했다.
“열 이다.”
오각의 얼굴이 독 맞았을 때보다 창백해졌다.
“사람 하나 살리는데 열 냥이나?”
“내 부엌을 반나절 닫았다.”
“다시 죽으면 깎아 주냐?”
“장례비가 붙지.”
오각은 살아야 할 이유를 얻었다.
류단은 그에게 따뜻한 물을 조금 먹였다.
“동쪽 창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오각은 입을 다물었다. 류단은 재촉하지 않았다. 문밖에는 흑아방이 있을 수 있고, 안에는 그가 배신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장 부두목은 오늘 아침 너희가 장부를 빼앗은 걸 알았다.” 오각이 마침내 말했다. “내가 옥패를 훔쳤다고 의심했고. 사실은 창고에 쓰러져 있던 청의인에게서 주웠다. 돌려주려 했는데 값이 나갈 것 같아서….”
“정직이 아주 짧게 다녀갔군요.”
“그 인간들이 내 입을 막으려고 독침을 찔렀어. 물건을 옮기는 신호는 종 한 번이다. 서쪽 문으로 수레가 나가. 장부는 종이를 세 번 접어 대들보 틈에 숨겨 놨고.”
원래 죽어 버린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정보였다.
“몇 시에 옮깁니까?”
“내가 죽었다고 확인한 뒤.”
류단은 창밖을 보았다. 흑아방은 오각이 살아난 것을 알게 되면 일정을 바꿀 것이다. 실패한 미래의 정확한 순서는 여기서 끝났다.
그는 이상하리만큼 두렵고, 또 후련했다. 이제부터는 기억을 따라 걷는 게 아니라 선택해야 했다.
당소령이 말했다.
—상처의 찌꺼기를 따로 밀봉해. 당가가 와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백무결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창천문 물건을 지닌 자에게서 나온 증거다. 우선 우리 쪽에 넘겨야 한다.
“둘 다 아닙니다.”
류단은 사기 접시 위에 다른 접시를 덮고 가장자리를 밀랍으로 봉했다. 봉인 끈 한쪽에는 오각의 을 찍고, 다른 한쪽에는 마영순의 을 받았다.
“당장은 환자를 둔 귀래객잔의 물건입니다. 의술을 가진 사람이 오면 치료용 표본을 내주고, 가 오면 입회시켜야지요.”
마영순이 봉인물을 받아 들었다.
“왜 자꾸 내 객잔에 골치 아픈 게 늘어나지?”
“다른 데 두면 싸우니까요.”
“여기서 싸우면?”
“기물 파손비를 받으시면 됩니다.”
“그건 괜찮네.”
그녀는 봉인물을 옥패와 다른 상자에 넣었다. 열쇠도 다른 것을 썼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중으로 사고하고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말발굽 소리가 객잔 앞에 멎었다.
청색 무복을 입은 들이 대문을 에워쌌다. 선두의 사내는 스물넷 남짓, 먼지 묻은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류단은 그를 알아보았다. 남소군. 실패한 미래에도 명령을 끝까지 수행하다 이름 없이 죽은 창천문의 현장 조사관.
남소군이 푸른 인장을 펼쳤다.
“창천문 조사대다. 도난당한 내문 신패의 기운이 이곳에서 끊겼다.”
그의 시선이 마당의 칼자국과 헛간에 누운 오각, 류단의 떨리는 오른손을 훑었다.
“흑아방의 증언으로는 귀래객잔 점소이가 창천문 을 사용했다고 한다.”
류단의 머릿속에서 백무결이 한숨을 쉬었다.
—남소군. 저 친구는 한번 물면 까지 끌고 간다.
남소군이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류단. 신패 절도와 혐의로 동행해 줘야겠다.”
마영순이 대문 가운데로 나섰다.
“안 돼.”
남소군의 눈썹이 움직였다.
“공무다.”
“여긴 내 객잔이고, 저놈은 내 점소이다. 체포하려면 먼저 훔쳤다는 패부터 보여 줘.”
“그 패를 내놓으라는 말이다.”
“영수증부터 써.”
검을 든 일곱 사람과 주판을 든 한 사람이 마주 섰다.
류단은 처음으로 남소군이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