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칠대고수가 죽고 점소이만 회귀했다01 / 06

CHAPTER 01

마지막 손님이 돌아왔다

3,673 자 · 7 분

점선 어휘를 누르면 영어 뜻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용 회차 개요스포일러 · 주요 사건, 인물 선택, 성장 제약

실패한 미래의 귀래객잔에서 서로를 믿지 못한 칠대고수는 유일하게 모두가 신뢰하는 점소이 류단에게 단 한 번의 회귀를 맡긴다. 류단은 십오 년 전 스무 살의 몸에서 깨어나 살아 있는 마영순을 확인하고, 내면 객잔의 첫 객방에서 미래 백무결의 잔향과 마주한다.

흑아방 수금조가 위조 저당 문서로 객잔을 빼앗으려 하자 류단은 원래 마영순의 무릎을 부순 술독을 쟁반으로 흘려 보낸다. 그는 백무결의 살해 명령을 거부하고, 하루 한 번뿐인 일곱 심박을 사용해 오각과 수금조를 죽이지 않고 제압한다. 추격 대신 원채권 장부를 확보해 마영순에게 맡기면서 미래의 지식을 사람과 증거로 바꾼다.

쫓겨난 오각은 동쪽 창고로 돌아갔다가 푸른 옥패를 들고 독에 중독된 채 객잔으로 되돌아온다. 이번 화의 영속 변화는 마영순의 무사함, 첫 잔향의 각성, 위조 장부의 귀래객잔 보관, 류단의 오른손 경맥 부담이다.

귀래은 이미 타고 있었다.

가 무너질 때마다 불티가 밤하늘로 솟았다. 십오 년 동안 수많은 깃발이 주인을 바꿨으나, 마지막까지 어느 의 것도 아니었던 은 반쯤 탄 채 매달려 있었다.

류단은 그 아래에 섰다. 왼쪽 옆구리의 창상에서는 피가 멎지 않았고, 오른쪽 무릎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죽기 직전의 몸인데도 손은 습관처럼 탁자를 닦고 싶어 했다.

일곱 칸에는 천하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사이가 나쁜 손님들이 한 명씩 들어가 있었다.

“시간이 없다.”

창천문의 백무결이 손바닥을 바닥의 별무늬에 눌렀다. 흰 도포는 피와 재로 검붉었다. “. 돌아가면 먼저 창천문으로 와라. 지휘권을 정리해야 한다.”

맞은편 객방에서 당소령이 코웃음을 쳤다.

“다시 망하고 싶으면 그대로 해. 가자마자 저 인간의 입부터 막아.”

“네 독 때문에 서부 전선이 사흘 멈췄다.”

“네 명령 때문에 사흘 뒤에 전선 자체가 없어졌지.”

죽음을 앞두고도 손님은 손님이었다.

류단은 그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술상을 들이던 때와 같은 인사였다.

“두 분 다 조용히 돌아가십시오. 다른 손님도 죽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어딘가에서 웃음이 터졌다. 곧 기침과 피가 뒤따랐다.

일곱 사람은 류단을 선택했다. 서로를 믿지 못해서였다. 그 사실이 썩 명예로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러나 류단은 그들의 를 바꿔치기하지 않았고, 굶주린 병사에게 어느 문파의 국자인지 묻지 않았으며, 상반된 명령 둘을 받아도 결국 밥과 길과 잠자리로 바꾸어 냈다.

설무연이 마지막 별에 손을 올렸다.

“은 한 사람만 보낸다. 표식 없는 자, 과거와 미래에 같은 장소를 가진 자.”

“그 설명은 열세 번째 들었습니다.”

“열네 번째에는 틀릴 수도 있으니까.”

그녀는 웃지 않았다.

별빛이 일곱 객방을 이었다. 일곱 의 에서 빛이 뽑혀 나왔다. 인간의 삶을 태우는 빛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류단은 무너진 계산대 너머를 보았다. 마영순이 늘 앉던 자리였다. 그녀는 아홉 해 전에 죽었다. 객잔의 열쇠 꾸러미를 끝까지 놓지 않은 채.

이번에는 그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생각이 끝나기 전에 세상이 안으로 접혔다.

일곱 번의 심장 소리가 한꺼번에 울렸다.

그리고 놋대야가 떨어졌다.

쨍그랑!

류단은 눈을 떴다.

스무 살의 몸이 반사적으로 침상에서 굴러내렸다. 피도 창상도 없었다. 무릎은 멀쩡했고, 손바닥에는 객잔 일을 하며 생긴 굳은살만 박혀 있었다. 창밖은 이른 아침이었다. 장작 타는 냄새, 묽은 죽 냄새, 뒤뜰에서 닭이 세상을 고발하는 소리가 밀려왔다.

문이 벌컥 열렸다.

“놋대야 하나 떨어뜨렸다고 죽은 사람처럼 구르냐?”

마영순이 서 있었다.

마흔셋. 허리는 곧고, 두 눈은 사람의 거짓말과 외상값을 같은 속도로 찾아냈다. 무엇보다 두 다리로 서 있었다.

류단은 숨을 들이마셨다. 목구멍이 아팠다.

“마 누님.”

“왜.”

“살아 계시네요.”

마영순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침부터 내 재산을 노리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류단은 웃다가 울 뻔했다. 그래서 급히 바닥의 놋대야를 주웠다. 손이 떨려 두 번이나 놓칠 뻔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밤의 귀래객잔이 있었다. 창밖에는 눈과 재가 섞여 내렸다. 일곱 객방 가운데 첫 번째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피투성이 백무결이 문턱에 서 있었다.

—늦었다. 흑아방 놈들이 이미 들이닥쳤을 것이다.

류단은 대야를 든 채 굳었다.

—살아 계셨군요.

—나는 죽었다.

—그러신 것치고 목소리가 아주 건강하십니다.

백무결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은 희미했으나 표정만큼은 생전과 똑같이 엄격했다.

—인가. 설무연, 또 설명을 숨겼군.

대문 쪽에서 거친 고함이 터졌다.

“마영순! 오늘 해 뜨기 전까지 비우기로 했지!”

류단의 가슴이 얼었다.

이날을 기억했다. 흑아방은 위조한 저당 문서를 들고 와 창고 마당을 빼앗았다. 실랑이 중에 선반이 넘어졌고, 마영순은 날아온 술독을 피하다 오른쪽 무릎이 으스러졌다. 그녀는 살아남았지만 평생 절었다.

류단이 앞마당으로 뛰어나가자 검은 조끼를 입은 사내 여섯이 들어오고 있었다. 선두는 오각이었다. 실패한 이날, 독에 질식해 객잔 문턱에서 죽었던 얼굴. 지금은 서른한 살, 허세로 턱을 치켜들었으나 왼쪽 눈가가 밤새 맞은 사람처럼 부어 있었다.

오각이 종이를 펼쳤다.

“원금 여든 , 연체 이자 마흔 냥. 오늘부터 창고와 동쪽 마당은 흑아방 소유다.”

마영순이 류단을 밀치고 나왔다.

“내가 빌린 건 서른 냥이고 갚은 게 스물넷이다. 네 장부에는 산술도 칼을 맞았느냐?”

“인장이 있잖아, 인장이.”

문서는 얼핏 진짜였다. 서기의 붉은 도장까지 있었다. 원래의 류단은 그 도장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진위를 밝힐 힘도, 시간을 벌 힘도 없었으니까.

지금의 그는 문서가 아니라 오각의 손을 보았다. 검지와 중지의 굳은살, 칼집을 누르는 엄지, 발뒤꿈치를 반 치 들고 선 자세.

—창천문 의 골격이다. 형편없이 훔쳐 배웠지만.

백무결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류단은 장부를 가리켰다.

“을 넘겨받았다면 의 도 있어야 합니다. 그 장은 어디 있습니까?”

오각의 눈동자가 오른쪽 허리로 튀었다. 반 박자뿐이었다.

“점소이가 법도 아냐?”

“열두 해 동안 외상 손님을 상대했습니다. 법보다 어려운 일을 했지요.”

구경꾼 사이에서 웃음이 번졌다.

오각의 귀가 붉어졌다. 그는 말로 얻지 못한 권위를 칼로 찾는 사람이었다. 류단은 그것도 기억했다.

그때 처마 아래의 선반이 기울었다.

어린 흑아방도가 뒤로 물러나며 기둥을 걷어찬 탓이었다. 선반 위 놋그릇이 미끄러지고, 가장 무거운 술독이 마영순의 무릎을 향해 떨어졌다.

류단은 생각하기 전에 움직였다.

쟁반을 술독 아래에 비스듬히 끼웠다. 무게가 팔을 짓눌렀다. 그대로 받으면 손목이 부러진다. 그는 열두 해 동안 쏟아지는 국그릇을 살릴 때처럼 허리를 틀고 한 걸음 옆으로 흘렸다. 술독은 쟁반을 타고 굴러 빈 멍석 위에서 깨졌다.

술 냄새가 확 퍼졌다.

마영순은 다치지 않았다.

그 사실 하나가 십오 년의 기억보다 무거웠다.

“내 술.”

마영순이 말했다.

류단은 울컥한 숨을 삼켰다.

“사람부터 걱정해 주시면 안 됩니까?”

“사람은 안 깨졌고 술독은 깨졌잖아.”

살아 있었다. 틀림없이 마영순이었다.

오각이 칼을 뽑았다.

“장부 내놓으라는 수작이냐!”

—목을 쳐라.

백무결이 말했다.

—저자는 증거를 없애고 다시 온다. 첫 칼에 손목, 둘째에 경동맥이다.

류단은 오각의 목에서 시선을 뗐다.

“싫습니다.”

“뭐가 싫어?” 오각이 으르렁거렸다.

“손님 말입니다. 자꾸 비싼 주문을 해서.”

오각이 달려들었다.

류단의 안에서 낯선 핵이 맥박쳤다. 일곱 고수가 죽으며 남긴 것.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검의 이해가 있었으나, 스무 살의 단전에는 한 줌 없었다.

—일곱 심박이다. 그 이상은 네 이 버티지 못한다.

첫 번째 심박.

뜨거운 기운이 단전에서 손끝으로 뻗었다. 거대한 강이 아니라 바늘처럼 가느다란 물줄기였다. 그러나 길은 완벽했다.

류단은 쟁반 모서리로 칼등을 쳤다. 오각의 삼재검 첫 궤도가 반 치 어긋났다.

두 번째.

빈 사발을 발끝으로 차 올렸다. 사발이 오각의 팔꿈치 안쪽을 때렸다. 손아귀가 풀렸다.

세 번째.

류단이 몸을 낮추며 쟁반을 세웠다. 뒤따르던 사내의 몽둥이가 쟁반에 꽂혔고, 그는 그 충격을 밀지 않고 옆으로 흘려 세 번째 사내의 정강이에 보냈다.

“점소이가 무슨—”

네 번째.

오각이 즉시 자세를 바꿨다. 훔친 이라고 해도 실전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칼끝이 류단의 어깨를 노렸다.

—왼발을 베고 끝내라.

류단은 대신 탁자보를 잡아당겼다. 위에 놓인 찻잔 셋이 공중으로 떴다. 칼끝이 보에 감겼고, 찻잔이 차례로 오각과 두 부하의 이마에 맞았다.

다섯 번째.

오른손 혈관이 부풀었다. 손가락 끝이 저렸다.

여섯 번째.

류단은 오각의 겨드랑이 아래로 파고들어 쟁반을 세로로 세웠다. 쟁반 면이 턱을 올려쳤다. 오각의 몸이 붕 떴다가 마당에 처박혔다.

일곱 번째.

류단은 떨어지는 칼을 발등으로 받아 손잡이가 위로 오게 튕겼다. 왼손으로 잡은 뒤, 칼끝을 오각의 목이 아니라 오른쪽 허리춤에 댔다.

칼집 안쪽의 종이 뭉치를 꿰어 끌어냈다.

원채권 장부였다.

심장 소리가 끝났다. 빌려 온 완벽함도 끊겼다.

오른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류단은 칼을 놓아 버렸다. 마당에는 깨진 사발과 신음하는 흑아방도들이 널려 있었다. 죽은 사람은 없었다.

백무결이 침묵하다가 말했다.

—살려 둔 이유를 설명해라.

—장부는 글을 읽지 못합니다. 사람은 읽지요.

류단은 오각 앞에 쪼그려 앉았다.

“누가 이걸 만들었습니까?”

오각은 피 섞인 침을 뱉으려다 류단 뒤의 마영순을 보았다. 그녀가 주판을 들고 있었다. 이상하게 칼보다 무서워 보였다.

“동쪽 창고의… 장 부두목.”

“물건은 뭘 나릅니까?”

오각의 입이 닫혔다. 공포가 허세를 밀어냈다. 그는 자기 패거리보다 다른 누군가를 더 무서워했다.

마영순이 장부를 빼앗아 넘겨 보았다.

“위조 맞네. 종이는 관아 물건인데 먹 냄새가 새것이야.”

“누님이 보관하십시오. 놈들이 찾으러 올 겁니다.”

“내 객잔 장부를 내가 보관하는데 네 허락이 필요하냐?”

그녀는 장부를 품에 넣고 쓰러진 사내들을 훑었다.

“탁자 하나, 술독 하나, 사발 넷, 찻잔 셋. 치료비는 각자 부담. 류단, 저놈들 내보내.”

“오각은 증언을 받아야 합니다.”

“보증금 낼 돈 있어?”

오각이 얼떨결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내보내. 돈 없는 원수까지 재워 주면 객잔 망해.”

흑아방도들이 부상자를 끌고 달아났다. 류단은 추격하지 않았다. 원래의 이날이라면 동쪽 창고로 쫓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부가 마영순의 손에 들어간 순간, 가장 중요한 승리는 이미 얻었다.

마영순이 그의 떨리는 오른손을 낚아챘다.

“이건 또 뭐냐.”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넌 긴장하면 그릇을 깨지, 사람 여섯을 접어 놓지는 않아.”

그녀는 류단의 손목을 짚었다. 의술은 몰라도 열두 해 키운 아이의 맥이 정상인지 정도는 알았다.

“오늘부터 칼질 금지. 오른손으로 쟁반도 들지 마. 그리고 밤에 말해. 네가 뭘 숨기는지.”

명령이었다. 귀래객잔 주인의 명령은 검성의 명령보다 당장 강했다.

류단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예.”

그날 밤의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시간을 벌었다. 마영순의 무릎도, 객잔도, 증거도 지켰다.

그때 대문 밖에서 사람이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류단이 돌아보았다.

검은 옷의 사내 하나가 문지방을 붙잡고 있었다. 쫓겨난 뒤 동쪽 창고로 돌아갔던 오각이었다. 얼굴은 청회색이었고 입술 사이로 검푸른 거품이 흘렀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는 창천문의 푸른 옥패가 박혀 있었다.

“창고… 종이 세 번… 종 한 번….”

오각은 마당으로 쓰러졌다.

백무결의 목소리가 류단의 머릿속에서 낮게 울렸다.

—그 패는 내 것이다.

류단은 오각의 목에 손가락을 댔다. 맥은 끊어질 듯 가늘었다.

십오 년 전의 오각은 바로 이 자리에서 죽었다.

이번에는 아직 숨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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