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철폐론자 06 / 06

CHAPTER 06

첫 번째 균열

4,460 자 · 9 분

편집자용 회차 개요스포일러 · 주요 사건, 인물 선택, 성장 제약

물레골의 부러진 베틀 다리 위에 운문표국 깃발이 걸리고, 곡식 열두 자루 옆에는 별개의 여덟 번째 피착취 아동인 강호가 앉아 있다. 진철이 즉시 깃발을 뽑으려 하자 연화는 또 혼자 먼저 맞아 쓰러지면 누가 아이를 막느냐며 준비를 강제한다. 도창수는 상납을 못 채우면 누이와 조카가 표국에서 위험해진다고 밝히고, 연화는 장부 대조를 위해 이틀을 얻는다.

준비는 완벽하게 풀리지 않는다. 피해 마을 아홉 곳은 움직이지만 박문수에게 보낸 대조표에는 답이 없고, 청하표국도 관아 접수인이 필요하다며 물러선다. 그래도 물레골이 낸 일흔여덟 섬과 표국 수령분 마흔한 섬의 차이는 주민들 눈앞에 남는다. 열일곱 집은 혼자 맞지 않기로 하고, 공명구의 제한된 쓰임에도 같은 수가 손도장을 찍는다.

박석과 유갑은 장부에서 자기 가족에게 씌운 허위 빚을 찾는다. 도창수가 빚을 없애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없던 빚을 없애 준다”는 거래는 통하지 않는다. 결전에서 해기는 진철의 몸 안에서 감각과 자세만 받치며, 밖에서 움직이는 것은 주민의 망치·못·정·우물돌을 잇는 물리 진동이다. 그 충격과 도창수의 반사 보정이 겹쳐 칼이 떨어지고, 그는 우물·장부·명령을 거부한 부하·가족 이름을 차례로 본 뒤 물러난다.

승리는 새 규칙과 불편한 책임으로 남는다. 강호와 먼저 구조된 여섯 아이는 거처와 배움을 스스로 고르고, 주민들은 하진을 기억하며 도창수의 누이와 조카를 빚과 다른 칸에 숨기고 곡식 두 말을 보낼지 실제로 결정한다. 진철은 힘을 영원히 없앨 수 있었다면 도창수에게 썼을지 “모르겠어”라고 답한다. 멀리서 천무령은 반복되는 쇳소리와 못 세 개를 연결하되 해기나 체외 기운은 확인할 수 없다고 구분한 뒤 물레골로 출발한다.

물레골 입구에는 부러진 베틀 다리가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

그 위에 운문표국의 푸른 깃발이 걸렸다. 보호비를 내는 마을이라는 표시였다. 깃발 아래에는 곡식 자루 열두 개와 열두 살짜리 사내아이 강호가 앉아 있었다.

연화가 아이 곁으로 달려갔다.

“누가 너를 여기 앉혔어?”

“어머니가요.”

강호는 울지 않았다. 운문표국에 들어가면 밥을 먹을 수 있고 무공도 배운다는 말을 외운 듯 되풀이했다. 손목 안쪽에는 어머니가 놓치지 않으려다 남긴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진철은 깃발을 뽑으려 했다. 연화가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지금 뽑으면 오늘 싸움이야. 준비부터 해.”

“아이는 오늘 데려간대.”

“그래서 네가 또 먼저 맞아 쓰러지면 누가 막는데?”

진철은 손을 놓았다. 흑풍산에서 내려오는 사흘 동안 해기를 열 호흡까지 늘려 겨우 삼류 초입에 들었지만, 도창수와 맞설 만큼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찢어진 어깨에는 딱지가 앉았어도 옆구리를 크게 틀 수 없었다. 유영보 첫걸음도 오래 밴 대장장이의 넓은 자세로 자꾸 돌아왔다.

도창수는 해 질 무렵 왔다. 부하 둘을 데려왔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온 것은 혼자였다. 그는 진철을 보자 칼자루를 엄지로 밀었다.

“역시 서 영감과 붙어 있었군.”

“아이를 두고 가.”

“보호비가 모자라면 사람으로 받는다는 약조가 있어.”

연화가 장부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누가 한 약조죠?”

“이전 촌장.”

“그 사람은 청계촌에서 죽었어요. 죽은 사람 도장으로 산 아이를 가져가겠다고요?”

도창수의 시선이 장부에 멎었다. 그는 억지로 웃지 않았다.

“나도 이 짓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이번 달 상납을 못 채우면 내 누이와 조카가 표국 안채에서 쫓겨난다. 쫓겨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고. 내 입문비 빚이 아직 남았거든.”

“그 빚을 왜 이 마을이 갚아야 하지?” 진철이 물었다.

“그럼 누가 갚나? 세상 빚은 아래로 흐르는 거야. 나도 위에서 눌린다.”

도창수는 자기 배를 두드렸다.

“네가 문파 밑을 좀 기웃거렸으니 알겠지. 무공 한 자락 공짜로 얻는 줄 아나? 나는 열세 살부터 맞고 굶어서 이 단전을 열었어. 지금 물러나면 그 세월과 가족이 한꺼번에 날아가.”

말을 마친 도창수는 표국 깃발의 매듭을 두 번 조였다. 손이 멎은 것은 누이와 조카를 말할 때뿐이었다.

연화가 말했다. “이틀만 줘요. 당신이 실제로 얼마를 올리고, 운문표국이 얼마를 받는지 대조해 줄 테니.”

“그걸 알아서?”

“마을이 낼 돈과 당신이 빼돌린 돈을 나눠 보려고요.”

도창수의 눈이 서늘해졌다. “손가락 둘을 잃고도 셈은 잘하는군.”

“그래서 더 잘해요. 남은 걸 틀릴 여유가 없으니까.”

도창수의 시선은 대답하는 동안에도 장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이틀을 주고 물레골 객사에 방을 잡았다. 장부를 든 사람이 오가는 길을 보려는 듯 창가에 부하를 세웠다. 진철이 멀찍이 따라붙는 것도 알았으나, 삼류 초입에도 갓 든 몸을 향해 코웃음만 쳤다.

이틀 동안 진철은 도창수의 뒤가 아니라 흔적을 좇았다. 우물물은 그가 숨을 멈출 때 안으로 모였고, 거절을 들은 뒤에는 늘 왼손이 칼집을 누르고 오른발이 먼저 나갔다. 삼류 후반의 몸은 빨랐다. 그래서 진철은 따라갈 생각을 버리고 우물과 베틀방 사이, 칼을 크게 휘두를 수 없는 길에 반 발을 표시했다. 밤새 뒤꿈치만 돌렸다. 스무 번에 한 번 옆구리가 버텼다.

연화는 공동 장부와 영수증을 마당 벽에 붙였다. 물레골이 두 해 동안 낸 곡식은 일흔여덟 섬, 표국 수령분은 마흔한 섬. 차이 중 열두 섬은 도창수의 입문비 이자였고 나머지는 청우관과 중간 표사에게 갔다.

사본은 세 갈래로 보냈다. 아홉 피해 마을에서는 여섯 아이의 진술을 함께 공개하겠다는 표찰이 왔다. 박문수에게 보낸 대조표에는 답이 없었다. 관아 문 앞까지 간 심부름꾼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청하표국도 관아 접수인이 찍혀야 상단 세 곳과 움직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셋 다 믿었으면 지금 우린 답 두 개를 기다리다 아이 하나를 보냈겠네.” 연화가 말했다.

그래도 한 갈래는 살아 있었고, 벽의 숫자는 이미 주민들 눈앞에 있었다. 도창수에게 쌀을 빼앗긴 이와 그의 부하에게 산적을 쫓아 달라 했던 이가 같은 장부 앞에 섰다.

“오늘부터 한 집씩 내지 않습니다. 저들이 칼을 들면?” 연화가 둘러보았다. “혼자 맞지 말아야죠.”

망치와 베틀 북이 있는 집은 열일곱이었다. 같은 수의 집이 공명구의 쓰임과 중단 시점을 듣고 손도장을 찍었다. 서무한은 그제야 약갑을 열었다. 소리는 도창수의 호흡을 흐리고, 공명구는 진철이 때를 찾는 데만 쓰기로 했다.

약속한 이틀째 해 질 무렵, 도창수가 부하 여섯을 데리고 왔다. 벽의 장부를 본 순간 그의 턱이 굳었다.

“떼어 내.”

부하 하나가 다가가자 주민들이 길을 막았다. 손에는 낫과 괭이가 있었지만 먼저 들지는 않았다.

연화가 장부의 사본을 높이 들었다.

“피해 마을 아홉 곳, 관아 박문수 서기, 청하표국 계약방에 보냈어요. 답이 없어도 종이는 들어갔고, 아홉 마을은 이미 아이들 진술을 받았어요. 여기 걸린 걸 찢으면 그 사실부터 퍼집니다.”

부하들 사이에서 박석이 벽으로 다가갔다. 자기 아버지 박노식의 이름 아래 ‘장례비 은 세 냥, 원금 상환 뒤 이자 일곱 냥’이라고 적힌 줄을 두 번 읽었다.

“아버지 장례에 표국이 은 한 냥만 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서 생긴 빚입니까?”

다른 부하 유갑도 누이 유월의 이름을 찾았다. 약값 두 냥이 입문 보증금 아홉 냥으로 바뀌어 있었다. 도창수가 장부를 떼라고 명령하자 유갑은 칼 쥔 손을 내렸다.

“누이 빚부터 설명해 주십시오. 이 종이는 못 뗍니다.”

도창수가 이를 드러냈다. “벽에서 내려. 둘의 입문 빚은 내가 없애 주지.”

박석은 아버지 이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없던 빚을 없애 주신다고요?”

박석도 길에서 비켰다. 나머지 넷은 둘과 주민 사이를 번갈아 볼 뿐 칼을 뽑지 않았다.

도창수는 진철을 향해 칼집을 겨눴다.

“네가 사람들 뒤에 숨는 법부터 배웠군.”

“오늘은 나 혼자 맞지 않아.”

도창수가 땅을 박찼다.

그 순간 마을 곳곳에서 망치가 울렸다.

쾅, 쾅. 베틀 북이 벽을 쳤다. 일정한 듯하다가 한 박자씩 비껴가는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도창수의 첫 숨이 소음에 묻혔다.

진철은 소리를 좇지 않았다. 칼집을 누르는 왼손과 오른발 뒤꿈치를 보았다. 감지 단계의 해기는 몸 안에서 감각과 자세만 받쳤다. 밖에서는 오직 망치, 못, 돌을 잇는 물리 진동만 움직였다. 심안에 잡힌 큰 흐름이 도창수의 배 아래에서 오른쪽 허리와 어깨를 거쳐 팔로 향했다.

감지뿐이었다. 어디가 약한지 저절로 알려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철은 같은 동작을 스무 번 넘게 보았다. 기가 어깨에 닿기 전, 도창수의 왼쪽 옆구리가 잠깐 비었다.

진철이 반 발 비켰다.

칼집이 코앞을 지나 벽에 박혔다. 돌가루가 뺨을 그었다. 예상했는데도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어깨가 스치며 감각이 사라졌다.

도창수는 벽을 차고 몸을 돌렸다. 진철의 몸보다 빨랐다. 두 번째 일격이 옆구리의 오래된 멍을 때렸다. 뼈에 금 가는 소리가 몸 안에서 났고 해기가 흩어졌다. 진철은 우물 테두리에 등을 부딪혔다.

“이게 네가 훔친 무공이냐?”

도창수가 칼을 뽑았다. 날에 아직 검기는 없었으나 내공이 실리자 낮은 떨림이 났다.

진철은 피를 삼키며 공명구를 꺼냈다. 못 세 개가 한 고리에 달린 조악한 물건이었다. 칼을 막을 수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도 없었다. 그는 우물 돌에 고리를 대고 짧게 튕겼다.

세 못 중 휘어진 것이 먼저 울었다. 도창수의 칼과 같은 떨림이었다.

그 소리를 표식으로 삼았다. 망치와 북 소리가 더 크게 터졌다. 도창수가 청각을 버리고 내공으로 중심을 잡으려는 순간, 우물물이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둘, 하나, 멈춤.

진철은 칼이 나오기 전에 들어갔다. 빠른 것이 아니라 가장 짧은 길이었다. 칼날 아래로 몸을 낮추고, 왼발은 도창수의 오른발 바깥에 놓았다. 유영보의 첫걸음이 처음으로 흐트러지지 않았다.

도창수의 팔꿈치가 진철의 등에 떨어졌다. 화상 자국이 찢어지는 통증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품 안쪽의 짧은 정을 뽑아 끝은 칼코등 아래에, 자루 끝은 우물 테두리에 댔다. 칼과 손목과 우물돌 사이에 쇠다리 하나가 놓였다.

휘어진 못이 가장 크게 떠는 순간, 골목의 큰 망치가 우물 받침돌을 쳤다. 돌의 떨림이 정을 지나 칼코등과 도창수의 손목뼈로 올라갔다.

도창수는 손목을 울린 물리 충격에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폈다가 다시 쥐었다. 바로 그 짧은 보정이 그가 외운 ‘둘, 하나, 멈춤’의 마지막 박자와 겹쳤다. 내공을 팔로 보낼 때가 반 박자 빨라졌고, 아직 굳지 않은 손목이 자기 완력을 받았다.

칼이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도창수는 손목을 움켜쥐었다. 저림은 곧 가시겠지만 칼은 이미 우물 아래였다.

진철은 정을 그의 목에 대지 않았다. 대신 우물 옆에 떨어진 칼집을 발로 밀어냈다.

“상납 장부를 내놔.”

“죽이지 않을 거냐?”

“당신이 죽으면 빚도, 위에 있는 사람 이름도 묻히니까.”

도창수의 운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진철은 더 버틸 수 없었다. 정을 놓는 순간 무릎이 꺾였고, 우물 모서리에 가슴이 눌리며 금 갔던 갈비뼈가 끝내 부러졌다. 그 뒤를 주민 열일곱 명이 채웠다. 박석과 유갑은 도창수 쪽이 아니라 벽의 장부 앞에 섰다.

도창수는 칼 없이도 진철을 죽일 수 있었다. 그의 눈이 우물, 벽의 장부, 칼을 내린 박석과 유갑을 차례로 훑었다. 아홉 마을 표찰 앞에서 오래 멎었고, 누이 도정란과 조카 도윤의 이름이 적힌 줄을 보자 턱 근육이 움직였다. 관아와 청하표국의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여기서 주민을 베면 그 빈칸에 무엇이 들어갈지는 분명했다.

우물로 향하던 발이 뒤로 반 치 물러났다.

도창수는 품에서 작은 책을 꺼내 땅에 던졌다.

“내 누이와 조카는 건드리지 마.”

연화가 책을 주웠다. “그 사람들 이름도 빚과 다른 칸에 쓸 거예요.”

운문표국의 깃발이 내려갔다. 주민들은 곡식 자루를 창고로 되돌렸다. 연화는 강호에게 어머니 곁으로 갈지, 먼저 오복댁 농가의 여섯 아이를 만나 볼지 물었다. 강호는 어머니 손을 잡은 채 그 아이들을 만나겠다고 골랐다. 자신이 배울 곳은 보고 나서 정하겠다고 했다. 승리라 부르기에는 진철의 갈비뼈가 부러졌고, 운문표국은 아직 건재했다. 그래도 이날부터 물레골은 한 집씩 뜯기지 않았다.

주민들은 운문표국과의 약조문을 불태우자고 했다. 연화는 말렸다. 불공정한 약조라도 누가 어떤 도장을 찍었는지 남겨야 다음 싸움에서 증거가 된다는 이유였다. 종이는 공동 창고의 쇠궤에 들어갔고, 열쇠 셋은 서로 다른 집이 나눠 가졌다. 누구 한 사람이 마을의 승리를 소유하지 못하게 한 첫 규칙이었다.

약조문 뒤에는 새 규칙을 붙였다. ‘아이를 빚, 보호비, 입문비 대신 넘기지 않는다. 돌아온 아이의 거처와 배움은 본인에게 물어 정한다.’ 북쪽 농가의 여섯 아이 중 둘은 가족 빚이 장부에서 지워지면 돌아가겠다고 했고, 넷은 당분간 오복댁과 살겠다고 보내왔다. 주민들은 두 선택 모두에 곡식과 증인을 붙이기로 했다.

도창수와 부하들은 빈손으로 물러났다. 고개를 넘기 전 그가 한 번 돌아보았다. 원망보다는 자기 뒤에 더 큰 빚쟁이가 온다는 경고에 가까운 눈이었다.

밤에 주민 하나가 상납 장부 속 도정란과 도윤의 거처까지 벽에 붙이자고 했다.

“그걸 알아야 도창수가 다시 못 오지.”

연화는 종이를 떼어 접었다. “이름은 빚과 다른 칸에 쓴다고 약속했어요. 두 사람이 표국에서 쫓겨나면 물레골 곡식 두 말을 먼저 보내고, 거처는 쇠궤 안쪽 기록에만 둡시다.”

주민들은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하진처럼 돌아오지 못할 아이가 또 생기면 그때도 먹여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강호의 어머니가 자기 몫 한 말을 먼저 내놓자, 다른 한 말을 공동 창고에서 붙이기로 했다. 도창수의 가족을 숨기되 그의 빚은 숨기지 않는 결정이었다.

그날 밤 연화는 진철의 상처를 싸맸다. 오른손으로 붕대를 감고, 손가락 셋 남은 왼손으로 매듭을 눌렀다. 진철이 그 손 위에 손을 얹으려 하자 연화는 약그릇부터 쥐여 주었다.

“오늘 도창수의 단전을 영원히 없앨 수 있었다면 했을 거야?”

진철은 곧바로 대답하려다 멈췄다. 도창수의 힘은 사람을 짓눌렀지만 그의 가족을 표국에 붙들어 두는 유일한 밥줄이기도 했다. 단전을 없애는 순간 피해자는 줄어들 수 있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었다.

“모르겠어.”

연화는 매듭을 세게 당겼다. 진철이 신음하자 손을 조금 늦췄다.

“그 대답은 장부에 적어 둘게. 나중에 네가 너무 쉽게 안다고 말할 때 보여 주려고.”


물레골에서 수백 리 떨어진 무림맹 기록각에서는 같은 밤, 천무령이 보고서 세 장을 나란히 펴고 있었다.

청우관 소란, 염색방 화재, 물레골 경위서. 세 문서에는 서무한과 화상 입은 대장장이, 반복되는 쇳소리가 겹쳤다. 못 세 개와 운기 불응은 도창수의 문서에만 있어 따로 표시했다. 천무령은 겹치는 사실과 한 사람의 진술을 같은 칸에 두지 않았다.

마지막 칸에는 결론 대신 가설이라고 표시한 한 문장을 적었다.

‘동일 인물들이 만든 외부의 물리 자극과 도창수의 운기 불응 사이에 연관이 있을 수 있음. 해기 또는 체외 기운의 개입은 보고만으로 확인할 수 없음.’

그는 물레골이라는 지명에 붉은 실을 매고 조사패를 챙겼다. 동이 트기 전, 기록각의 가장 정확한 감찰관이 남쪽으로 출발했다.

제1권 완독

진철이 만든 첫 균열을 무림맹이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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