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철폐론자 03 / 06

CHAPTER 03

아이를 부수는 문

3,776 자 · 8 분

편집자용 회차 개요스포일러 · 주요 사건, 인물 선택, 성장 제약

두 해 동안 열일곱 문파에서 거절당한 진철은 운문표국 산하 청우관에 제자가 아닌 대장장이로 들어간다. 도창수는 품삯을 선뜻 주고 아랫사람 이름을 기억하면서도 보호비가 밀린 집의 곡식독을 비우는 인물이다. 연화는 발판식 베틀과 피해자 연락망을 운영하며, 두 사람의 혼약은 서로의 삶과 제동 권한을 다시 합의할 때까지 보류되어 있다.

연화의 장부와 거의 닳지 않은 짚신은 입문비를 낸 아이들이 사라지는 곳을 가리킨다. 아이 일곱이 들어온 날 진철은 새 자물쇠뿐 아니라 누군가 밖에서 갈아 둔 배수구 쇠창살과 약초 수레를 눈여겨본다. 그러나 물속 비명을 듣자 연화의 경고대로 확인과 구출을 구분하지 못하고 곧바로 뛰어든다.

도창수는 자신도 관 속에서 단전을 열었고 그 대가로 가족이 겨울을 넘겼다며 착취의 사다리를 변호한다. 진철은 그 논리의 일부가 사실임을 알아도 아이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싸움에서 도창수의 뒤꿈치·호흡·칼집이 ‘둘, 하나, 멈춤’으로 이어지는 것을 읽지만, 평범한 몸은 알아낸 틈을 사용할 만큼 빠르지 않아 처참하게 패한다.

서무한의 젖은 쑥 연기와 수레, 진철의 망치질이 함께 준비된 퇴로를 완성한다. 일곱 아이 중 여섯은 빠져나오지만 하진은 죽고, 서무한은 아이들을 즉시 부모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본인의 뜻과 빚의 위험부터 확인하겠다고 한다. 끝에서 그는 진철의 화상 흉터가 닫힌 단전의 흔적이며, 대신 운기와 병장기 사이의 어긋난 소리를 듣는 감각이 열렸다고 밝힌다.

두 해 동안 진철은 열일곱 문파의 문을 두드렸고, 열일곱 번 문밖으로 밀려났다.

처음에는 대장장이 일로 품삯을 벌며 정식 입문을 청했다. 스무 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음에는 부러진 병장기를 헐값에 고쳐 주고 수련장을 엿보았다. 기감이 둔하다는 말을 들었다. 마지막에는 숙식만 주면 허드렛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한 문파의 사범은 그의 등에 남은 화상 흉터를 보고 혀를 찼다.

“몸도 이미 상했군. 스무 살 넘은 잡역부에게 약과 쌀을 들일 문파는 없네.”

진철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어떤 절차로 무인을 만드는가였다.

스물한 살이 된 봄, 그는 운문표국 산하의 청우관에 들어갔다. 제자가 아니라 솥과 칼을 고치는 떠돌이 대장장이로서였다. 보름 동안 그는 새벽마다 들리는 호흡을 셌다. 삼류 제자들은 길고 얕게 여섯 번 숨을 들이쉰 뒤 한 번 멈췄다. 삼류 후반의 무사 도창수가 수련장을 지날 때면 그 호흡들이 한꺼번에 흐트러졌다.

도창수는 호탕한 사람이었다. 부러진 칼을 내밀며 선금부터 줬고, 아랫사람이 인사를 하면 이름을 불러 주었다.

“날은 너무 세우지 마. 표물을 지키는 칼은 사람을 베기 전에 겁을 줘야 하거든.”

그는 진철이 고친 칼의 등줄기를 손톱으로 퉁겼다. 맑은 소리가 나자 만족스럽게 웃었다.

“쇠 볼 줄 아는군. 그런데 등에 불벼락이라도 맞았나?”

“대장간이 무너졌습니다.”

“쯧. 세상살이 험하지. 그래도 손에 재주가 남았으니 다행이야.”

말만 들으면 인정 있는 표사였다. 그러나 마을 대장간에 갈 때는 한 번도 품삯을 내지 않았고, 청우관 명목의 보호비를 밀린 집에서는 곡식독을 비웠다. 그가 선심 쓰듯 진철에게 준 선금도 누군가의 겨울 양식에서 나온 돈이었다.

그날 밤 연화에게서 편지가 왔다. 청계촌 생존자들이 자리 잡은 물레골에 발판식 베틀을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왼손으로 날실을 붙들지 않아도 발로 장력을 바꾸고, 오른손만으로 북을 밀 수 있게 만든 베틀이었다.

혼례 이야기는 편지 첫머리에서 이미 끝난 뒤였다. 두 해 전 연화는 파혼하지 않겠지만 날짜도 잡지 않겠다고 썼다. 진철이 떠도는 동안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남지 않으며, 함께 살 집과 서로 멈출 권한을 다시 정한 뒤에야 혼약을 이어 가겠다는 뜻이었다. 진철은 동의한다는 답을 보냈다. 그 뒤로 둘은 혼례가 아니라 할 일을 적었다.

편지 끝에는 늘 숫자가 붙었다. 공동금 잔액, 새로 제보된 비무 피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 수. 이번에는 낯선 항목이 하나 더 있었다.

‘운문표국 산하 입문비로 자식을 보낸 집 셋. 돌아온 아이 없음.’

진철은 편지를 접어 속옷 안에 넣었다.

청우관에 들어오기 전, 그는 세 집을 돌았다. 한 집은 얼굴도 못 본 아이의 면회비를 해마다 냈고, 한 집은 첫째가 잘못됐다고 인정하지 못해 둘째까지 보낼 참이었다. 남은 집에는 문파가 돌려보낸 짚신 한 짝이 있었다.

“재능이 없어 달아났답니다.” 아이의 누나가 말했다. “그런데 얘는 밤길을 무서워해서 뒷간도 혼자 못 갔어요. 산길을 혼자 넘어 달아났다고요?”

진철은 답 대신 짚신 바닥을 살폈다. 진흙이 거의 닳지 않았고 앞코 안쪽에 검붉은 얼룩이 있었다. 도망친 아이의 신발이 아니라, 움직이지 못한 아이에게 다시 신긴 물건처럼 보였다.

진철은 연화에게 답장을 썼다. ‘아이들이 사라지는 곳을 확인하겠다.’

연화의 두 번째 편지는 짧았다. ‘확인과 구출을 혼동하지 마. 혼자 영웅 흉내 내다 기록까지 잃지 말 것.’

그는 편지를 읽고도 지하실 자물쇠를 열 공구를 따로 챙겼다. 말로는 구조를 알아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지만, 비명이 들리면 뛰어들 속셈도 연화에게는 적지 않았다.

사흘 뒤 청우관에 아이 일곱이 들어왔다. 가장 어린 아이는 앞니도 다 나지 않아 보였다. 부모들은 은전과 곡식을 문 앞에 내려놓고 여러 번 절했다. 사범은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재주가 있으면 운문표국의 사람이 된다. 굶을 걱정도, 산적 걱정도 끝이야.”

그날 저녁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진철은 일부러 수리를 늦춘 칼을 들고 안채로 향했다. 문지기가 길을 막았으나 도창수의 칼이라는 말에 비켜섰다. 복도 끝에서 희미한 울음이 들렸다. 바닥 아래였다. 뒷벽의 배수구를 지나칠 때 쇠창살 네 개 중 하나만 녹이 없던 것이 떠올랐다. 줄로 갓 간 쇠 냄새도 났다. 누군가 안이 아니라 밖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지하실 입구에는 새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 진철은 등에 멘 공구함에서 가는 끌을 꺼냈다. 쇠판이 맞물리는 소리를 듣고 두 번 밀자 빗장이 풀렸다.

아래에서는 물 냄새와 피 냄새가 났다.

돌방 한가운데 큰 나무통 일곱 개가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손발이 묶인 채 물에 잠겨 있었다. 사범들이 일정한 때마다 머리채를 잡아 올려 숨을 한 모금 주고 다시 눌렀다. 벽에는 향이 타고 있었고 북소리가 어둠을 채웠다.

“살고 싶으면 배꼽 아래를 열어라!”

사범이 외쳤다.

한 아이가 물을 토하며 어머니를 찾았다. 다른 아이는 이미 몸을 축 늘어뜨렸다. 진철의 오른팔 화상 자국이 오래전 끓는 물을 기억해 냈다. 손끝이 먼저 굳었다.

그는 통으로 뛰어들어 가장 가까운 아이의 머리를 끌어 올렸다.

“뭐 하는 놈이냐!”

진철은 밧줄을 끌로 잘랐다. 사범의 몽둥이가 등에 떨어졌다. 눈앞이 하얘졌지만 아이를 통 밖으로 밀어냈다. 두 번째 타격에 무릎이 꺾였다.

문가에서 도창수가 한숨을 쉬었다.

“대장장이, 네 일이나 하지 그랬나.”

“죽습니다.”

“몇은 죽지.”

그는 아주 당연한 셈을 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하나가 열리면 그 집안이 십 년은 먹고살아. 부모들도 알고 보낸 거야. 바깥세상이 아이들을 곱게 키워 줄 것 같나?”

“알았다면 돌려보내도 되겠군.”

진철은 아이를 등 뒤로 감쌌다.

“내가 낸 입문비가 얼만지 아나? 청우관에 삼 년을 바치고서야 칼 잡는 법을 배웠다. 너 하나 옳은 사람 되자고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지 마.”

“입문비를 건지자고 아이를 물에 처박습니까?”

“밑에 안 깔린 사람이 어디 있어.”

도창수는 자기 턱 아래의 오래된 흉터를 가리켰다.

“나는 닷새 동안 관 속에 묻혔다.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공기 구멍을 막았지. 같이 들어간 셋 중 나만 나왔어. 그 뒤에야 집에 쌀이 갔다. 네 눈에는 내가 괴물로 보이겠지.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그 쌀로 겨울을 넘겼다.”

“당신이 당했으니 이 아이들도 당해야 합니까?”

“내가 안 하면 다른 놈이 해. 적어도 나는 몇 번 더 숨을 쉬게 해 준다.”

물통 옆의 사범 하나가 시선을 피했다. 그 순간 진철은 도창수의 말이 핑계인 동시에 사실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더 잔인한 자가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도창수가 자기 몫을 챙긴다는 사실도 함께 참이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없애 주지 않았다.

“그럼 오늘은 당신이 아니라 내가 한 번 더 숨을 주겠습니다.”

진철은 아이를 등 뒤로 더 밀었다.

도창수의 엄지가 칼코등을 밀었다.

첫 일격이 진철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그는 팔로 막았으나 뼈 안쪽까지 충격이 파고들었다. 두 번째는 보지도 못했다. 어깨가 돌벽에 부딪혔다. 숨이 끊기고 입안에 피가 찼다.

진철은 바닥을 짚은 채 소리를 들었다.

도창수는 공격하기 전 오른발 뒤꿈치로 돌바닥을 눌렀다. 짧게 들이쉬고, 칼집이 앞으로 나가는 순간 숨을 토했다. 칼집 속 칼날은 그 호흡을 받아 낮게 웅웅거렸다. 아이가 물속에서 비명을 삼킨 직후 들었던 북소리와 묘하게 닮은 주기였다.

둘, 하나, 멈춤.

둘, 하나, 멈춤.

도창수의 세 번째 일격이 왔다. 진철은 반 박자 먼저 몸을 틀었다. 칼집이 관자놀이 대신 귀를 찢고 지나갔다. 그는 쓰러지며 공구함의 망치를 던졌다. 도창수의 발이 아니라 칼집 끝을 겨냥했다.

쨍.

망치와 칼이 부딪힌 순간, 도창수의 숨이 아주 조금 막혔다. 손목이 흔들렸다. 한 호흡보다 짧은 틈이었다. 진철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도창수의 발이 배를 걷어찼다. 진철은 통 두 개를 넘어뜨리며 날아갔다. 물과 아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멈춰!”

도창수가 사범들에게 소리쳤다. “아이들부터 건져. 상품을 다 죽일 셈이냐?”

그 말 덕에 아이들은 물 밖으로 나왔다. 진철은 피를 토하면서도 한 아이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 물을 빼냈다.

그때 지하실 위에서 연기가 내려왔다. 종이 타는 매캐함 대신 젖은 쑥 냄새였다. 진철은 복도 밖에 세워져 있던 약초 수레와, 수레꾼 노파가 빈 짐칸을 자꾸 덮던 손을 떠올렸다.

“불이다!”

사범들이 계단을 올려다보는 사이 회색 수염의 사내가 내려왔다. 관복도 무복도 아닌 낡은 검시복 차림이었다. 손에는 쇳가루 묻은 줄이 들려 있었다.

“운문표국 감찰 기록을 받으러 왔네.”

그는 패 하나를 번쩍 보였다. 도창수가 눈을 가늘게 뜨는 찰나, 노인은 걸을 수 있는 아이 셋을 계단으로 올렸다. 위에서 아까의 약초 수레꾼, 오복댁이 하나씩 받아 안채 뒷문으로 이끌었다.

“그 패, 십 년 전에 폐기된 모양인데.” 도창수가 말했다.

“자네 눈이 좋군. 코도 좋았으면 타는 게 장부가 아니라 젖은 쑥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노인이 벽의 횃불을 걷어차 껐다. 지하실이 캄캄해졌다.

“대장장이! 갈아 둔 창살 쪽으로 기어.”

아래에는 아이 셋이 남았다. 진철은 숨이 붙은 한 아이를 업었고, 노인은 둘을 양 겨드랑이에 끼워 끌었다. 어둠 속에서 도창수의 칼이 마침내 뽑혔다. 칼날의 울림이 위치를 알려 주었다. 진철은 그 소리를 피해 벽에 붙었다.

두 사람은 남은 세 아이를 데리고 배수구로 기었다. 마지막 쇠창살은 반쯤 갈린 채 남아 있었다. 노인이 줄을 대자 진철은 망치로 같은 자리를 쳤다. 세 번 만에 창살이 골목 쪽으로 꺾였다.

먼저 나온 진철은 벽에 기대 선 약초 수레를 보았다. 계단으로 보낸 세 아이가 이미 짐칸에 누워 있었다. 오복댁이 젖은 옷을 벗기고 가장 작은 아이에게 자기 겉옷을 입혔다. 진철이 업은 아이와 노인이 끌고 나온 둘까지 실은 뒤, 그는 입술을 짚어 가며 여섯을 셌다. 오복댁이 말고삐를 당기자 수레가 북쪽 골목으로 튀었다. 뒤에서 칼날이 배수구 돌을 긁었다.

“한 명은 못 살렸네. 하진이라고 했어.”

통에서 이미 늘어져 있던 아이였다. 진철은 그 이름을 한 번 입속으로 불렀다. 손을 뻗으려 했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나머지는 어디로 갑니까?”

“부모에게 바로 보내면 다시 팔릴 수 있네. 북쪽 농가에서 깨어난 뒤 아이들 뜻부터 물을 걸세. 오복댁이 그래서 빈 수레를 몰고 왔고.”

“당신은 누굽니까?”

“서무한. 예전에는 황실 기물원에서 병장기 값을 매겼고, 나중에는 그것에 죽은 사람 값을 매겼네.”

그는 진철의 옷을 잘라 상처를 살폈다. 등에 남은 화상 흉터를 본 순간 손이 멎었다. 손가락으로 흉터 가장자리를 누르고 호흡을 세더니, 마치 오래된 기록에서 익숙한 글자를 찾은 사람처럼 눈빛이 변했다.

“자네도 단전이 열릴 뻔했군.”

진철은 피 묻은 입술을 닦았다.

“전 무공을 익힌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닫힌 거야. 계속 벌리는 법을 배우지 않았으니까.”

서무한은 죽은 아이가 있는 골목 쪽을 돌아보았다.

“대신 다른 것이 열렸어. 운기할 때마다 병장기에서 나는 어긋난 소리 말일세.”

그날 진철은 구한 아이들과 함께 서무한의 마차에 올라탔다. 도창수가 얼굴을 보았으니 청우관으로 돌아갈 길은 끊겼다. 마차가 골목을 꺾을 때 칼끝이 뒤축을 한 번 긁는 소리가 났지만,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